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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상식
고양이 산책이 위험한 이유 - 산책냥 논란, 나의 경험
by 라이프델라 2022.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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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으로만 바깥을 바라보는 내 고양이가 불쌍해 산책을 시켜줄까 하시는 분들 많죠. 개와 달리 고양이와 산책하는 것은 여러보로 굉장히 논란의 여지가 큰 선택이라고들 하는데요,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고양이 특성에 기반해 전문가 의견 그리고 제 경험도 살짝 정리해보았습니다.

 

앉아있는 고양이

 

 

고양이들은 분명 산책이 필요하지 않은 동물이라고 들었는데, 매일 일하고 사람을 만나는 나와 달리 우리 집 고양이는 집안에 갇혀 하는 일 없이 잠자고 먹는 게 하루 일과의 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종종 창문 쪽에 올라가 바깥을 멍하니 쳐다보기도 하는데요, 이 모습을 본 많은 집사들이 '내 고양이도 바깥 구경을 하고 싶구나!'하고 안타까워합니다. 현관문을 긁기까지 하면 불쌍하다싶어 산책줄 구매를 생각하게 돼요.

 

 

게다가 몇몇 연예인들이나 고양이 유튜버들이 하네스를 채워, 혹은 동물용 유모차에 태워 자유롭게 공원으로 외출하는 것을 보면 '아 생각보다 괜찮나보다'생각하게 되는데요, 많은 수의사들은 여전히 고양이 산책은 절대 금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고, 과연 내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것이 맞는 결정인지 한 번 더 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

잔디밭 위 고양이 사진
고양이 산책, 위험?

 

집사라면 이 문장은 다 아실것 같습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입니다. 본인들의 영역이 필요하고 그 안에서 가장 행복하고 편안합니다. 본능적으로 고양이는 외부의 위협 또 새로운 자극을 극도로 경계하는 동물인데요,  이 때문에 케이지에 넣어 병원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덜컹거리는 차까지 타게 된다면?

 

이전에 한번 이사를 하던 날 제 고양이 중 한 마리는, 새 집으로 옮겨가는 중 케이지에 똥을 싸고 토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악질까지 멈추지 못하는 모습에 얼마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친구가 가장 예민한 편이긴 했지만 다른 고양이들도 내내 울고 잠들지 못하는 모습이었어요.

 

게다가 무작위 공간으로의 산책은 더욱 위험합니다.  긴장되는 상황이 오면 높은 나무나 숨을 수 있는 은신처로 피해야 하는데 자신이 잘 아는 안전한 공간이 주위에 없기 때문입니다. 산책 중 마주치는 개, 낯선 사람, 시끄러운 소리 등은 모두 고양이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고양이들은 사실 잘 아는 상황, 통제되고 익숙한 환경을 좋아합니다. 우리 눈에는 지루해 보일지 몰라도 집안에서 반복되는 일상이 편안하며,  푹신한 소파 위에 엎드려 있는 저 모습이 사람에겐 따분해 보일지 몰라도 고양이에겐 매우 행복한 상태인 것입니다.

 

 

 

 

고양이 산책, 전문가들의 조언은?

 

나응식 수의사

'고양이를 부탁해'로 유명해진, 한국 고양이 수의사회 나응식 수의사는 유튜브 채널 ‘냥 신 TV’  영상을 통해 고양이 산책의 위험성을 진지하게 전했습니다. 나 수의사는 “호기심이 많은 것을 바깥에 나가고 싶어 하는 걸 같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며 “고양이는 개가 아니다”라고 논점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개와 고양이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양이는 산책보다는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수직 공간에서 안전하게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고양이 산책하지 말라”라고 일갈했습니다..

 

 

김재영 수의사

한국 고양이 수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영 수의사는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다른 냄새가 많은 공간에 가면 불안감이 훨씬 크다”며 “영역 동물은 자기 냄새가 가장 많은 곳을 보금자리, 안식처라고 생각한다. 이런 본성에 위배되기 때문에 산책 자체가 위험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수의사는  “고양이는 타고난 등산가에다 영역 동물이므로 집안에 캣타워나 캣워크 등 수직공간을 많이 만들어 줄수록 생활 영역이 더욱 넓어져 좁은 공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 한국의 도심은 집고양이가 마음대로 돌아다니기엔 위험한 요건이 많아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라며 교통사고, 외부 기생충 감염, 전염병, 다른 고양이나 개와의 싸움 등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김명철 수의사 

역시 고부해로 유명해진 김명철 수의사 또한 비슷한 의견입니다. 그는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산책을 하게 되면 영역 자체가 아주 많이 확장되기 때문에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하지 못하면 불안감이 극에 달한다. 문 앞에서 매일 울고 다양한 문제행동이 더 생긴다. 산책을 하다 맞닥뜨리는 길냥이와의 싸움에서 다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산책하기 좋은 환경도 아니다. 특히 미세먼지의 경우 고양이는 그루밍을 통해 직접 다 먹는다. 산책으로 인한 본능 해소보다 산책을 함으로써 갖는 위험성이 훨씬 크다. 그리고 이 본능은 집에서도 해결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양이 산책의 결말

 

잃어버림, 사고

저는 고양이 탐정 유튜브를 즐겨보는 편인데, 산책하다가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그 말을 때마다 고양이 전문가분께서는 '산책 절대 안 됩니다'라고 여러 번 강조하여 말하곤 합니다. 1년 내내 고양이가 말을 잘 듣고 소리 등 자극에 둔감하여 문제없이 산책을 잘 다녔을지라도, 마지막 날 자동차 클락션 소리에 놀라 어디로 도망가 숨어버리면 영영 못 찾게 됩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차 사고가 난다거나 위협을 느껴 근처에 있는 사람 등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고가 날 수도 있고요.

 

고양이 찾는 영상들을 보면, 겁에 질려 대부분 정말 찾기 힘든 구석에 숨어 며칠을 지내기도 합니다. 전문가 도움 없이는 이름 부르고 돌아다닌 것으로 찾을 수 없는 수준이니 애초에 잃어버리지 말아야겠습니다. 

 

참고로 고양이 하네스를 잘 차면 되는 거 아닐까 생각하시겠지만 개와 달리 고양이는 굉장히 유연해서 세게 조여놔도, 깜짝 놀라거나 답답하면 하네스에서 스르륵 액체처럼 빠져나갑니다. 

 

건강

정신건강 문제는 위에서 많이 이야기해드렸지만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상의 우려도 큽니다. 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ASPA)는 “집고양이는 외출 시 벼룩, 진드기 또는 전염병에 노출되기 쉽다. 독성 식물이나 곤충을 먹고 병에 걸릴 위험성도 높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고양이는 체온 변화에도 민감합니다. 고양이가 평소 선호하는 온도는 섭씨 30℃ 이상입니다. 따뜻한 환경을 선호하는 고양이로선 요즘 같은 가을 날씨는 물론 추운 겨울에는 산책을 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물론 비 오는 날에도 바깥 활동을 원하지 않습니다.

 

길고양이처럼 자유로운 삶이 행복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자유로울지는 몰라도 매일매일 질병과 더위/추위, 다른 고양이들과의 다툼 등에 노출된 야생 고양이의 수명은 2~3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주 극소수, 산책을 즐기는 고양이들이 있다고는 하나 내 고양이가 그 극소수에 속한다는 자만 아래, 리스크를 질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나가기에는 산책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차라리 집에서 여러 가지 놀이 방식을 개발해 함께해주는 것이 좋겠네요.

 

고양이도 바깥을 산책하면 행복할 것이다, 라는 것은 어쩌면, 100% 사람 관점의 생각인가 봅니다. 

그들의 특성에 맞추어 안락하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집사의 일이라면, 고양이 산책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저희 가족과 8년간 함께 마당냥으로 살아왔던 아이도 8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내 반려동물은 내가 잘 안다'는 자만은 부디 넣어두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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