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기대가 컸던 드라마 태종이방원.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학대하는 모습이 공개되고 심지어 말이 사망해 충격을 주었습니다. 동물학대 실태, 시청자 반응과 KBS의 사과문, 추후 계획까지 알아봅니다.
움짤이나 영상을 이 글에 삽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볼때마다 마음이 너무 좋지 않고 보시는 분들께도 잔인성이 커 글로만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태종이방원 촬영 현장, 충격적인 영상 공개
대하드라마가 뜸했던 요즘 큰 관심을 받았던 태종 이방원이 동물학대 문제로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7회 차에 들어갈 짧은 낙마장면을 촬영하다가 스턴트맨이 부상당하고 말이 죽은 사건인데요, 충분히 CG 등을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빌린 말을 일부러 낙마시켜 활영을 진행했습니다. 말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험한 촬영 방식이기에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관련 배우들과 제작사 등에게 강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말이 빠르게 달려오다가 발목에 묶인 줄, 와이어 때문에 걸려 크게 고꾸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말에게 다리는 굉장히 예민한 부위이고 뼈가 부러지거나 골절 등을 입으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사람의 다리뼈는 주변의 힘줄, 근육과 살점으로 지지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쳐도 깁스를 하고 목발을 사용하면 부러진 뼈를 지지하며 보호할 수 있지만,
말의 다리는(특히 '무릎' 아래) 힘줄 몇 가닥과 피부를 제외하면 지지해 줄 곳이 없고 항상 서 있어야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회복도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뼈가 부러지면 고치기 힘들고 낫는다고 해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다리뼈 골절이 생기면 안락사를 하는 것이 흔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촬영팀에서 이 말을 일부러 넘어뜨린 것은 결국 낙마 한 장면을 위해 말을 죽이겠다고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태종 이방원 촬영팀 스태프에 따르면, 방송제작사가 촬영을 위해 말을 임대할 경우 '촬영 중 말이 죽거나 부상당해도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걸었다고 하니 비난여론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거센 비난과 항의에 결국 1월 21일, KBS는 7회 다시 보기를 중단했으며, 22일과 23일에 각각 방송 예정이었던 13회와 14회도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하고 당초 설 연휴를 앞두고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 편성 예정이던 29일과 30일 방송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설연휴와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장기 결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시청자 반응, 동물 자유연대
1. 동물 자유연대
가장 먼저 2022년 1월 19일 '동물 자유연대' 측에서 태종 이방원 7화에 나온 낙마장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이야기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척 봐도 CG지 무슨 실제 말이 죽은 것도 아닌데"라고 믿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다들 CG겠거니 했던 이 낙마 씬의 실제 촬영 장면이 공개되면서 여론이 크게 들썩였습니다. 와이어를 이용해 달리는 말을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말의 몸에 심하게 고꾸라지고 목이 꺾이는 듯 보이는 장면은 굉장히 잔인하고 충격적이었는데, 게다가 스태프들은 쓰러진 스턴트 배우의 상태를 확인하고 걱정할 뿐, 한참 동안 쓰러진 말의 상태를 아무도 확인하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면 뒤에 대기하는 말들이 더 있으며 방송분과 고발 영상의 디테일이 좀 달라 말 여러 마리를 찍은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2. 인스타로 비난 쇄도
고소영, 김효진, 공효진 등 잘 알려진 연예인들도 인스타그램에 목소리를 모으며 잘못된 관행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분노한 시청자들은 국민청원을 통해 태종 이방원의 방영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고, KBS와 동물자유연대의 인스타그램에서 강하게 항의를 이어나가기도 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상욱과 박진희 등 태종이방원 배우들의 인스타에도 하차 요청을 하는 등 극단적인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주상욱의 아내인 배우 차예련에게까지 비난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 추가 논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사건과는 별개로 아무런 잘못과 책임도 없는 인물까지 단지 해당 작품에 연관되었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행위는 멈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3. 태종이방원이 처음이 아니다?
이 일로 인해 사실 오랫동안 방송계 사극 제작진 사이에서 생명을 경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태종이방원 촬영팀이 유별나게 더 생명경시를 했던 것이 아니라, <정도전>, <각시탈>, <연모> 등 이미 관행처럼 많은 사극 드라마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는 것입니다.
KBS 사과문
크게 논란이 일자 결국 KBS에서는 사과문을 올리기에 이릅니다.
1. 1차 사과문
사과드립니다.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드립니다
사고는 지난 11월 2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발생했습니다.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입니다. 말의 안전은 기본이고 말에 탄 배우의 안전과 이를 촬영하는 스태프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쯤 뒤에 말이 폐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KBS는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시청자분들과 동물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 2차 사과문
<생명 존중의 기본을 지키는 KBS로 거듭나겠습니다>
최근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KBS는 드라마 촬영에 투입된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시청자 여러분과 국민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면서까지 촬영해야 할 장면은 없습니다. KBS는 이번 사고를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불러온 참사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KBS는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제작 관련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과 관련 단체들의 고언과 질책을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KBS는 또한 자체적으로 이번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외부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KBS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콘텐츠 제작에 있어,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작 현장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를 통해 신뢰받는 공영미디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동물학대 촬영, 가이드라인 필요
1월 21일, 죽은 말의 주인이 직접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일에 촬영이 끝나고 제작진이 '말은 괜찮냐'라고 물었을 당시에는 말이 스스로 일어나 걷는 모습을 보여 문제없이 직접 집으로 돌아왔으며 집에 와서도 밥 잘 먹고 이상 조짐이 없었다는데요, 따로 수의사 진료를 받지 않는 등 상태가 좋았으나 6~7일 정도가 지난밤에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후 동물 자유연대 측은 KBS와 향후 방송 촬영 시 동물 안전 조치 마련과 가이드라인 구성을 위하여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에서도 뒤늦게 방송 출연 동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보호조치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농림축산 식품부는 25일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영상 및 미디어 촬영에 출연하는 동물에 대한 보호·복지 제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미디어 촬영 현장에서 고려해야 할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가이드라인에는 기본 원칙, 촬영 시 준수사항, 동물의 종류별 유의사항을 골격으로 세부 내용을 담기로 했다네요.
꼭 이렇게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야만 비상식적인 것을 상식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픕니다.
말이 넘어지는 영상을 보고 처음에는 정말 심장이 내려앉는 듯 충격을 받았었는데요, 낙마를 CG 처리했다고 비난할 시청자는 아무도 없음을 방송계가 이번 기회에 체감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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