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부에서는 코로나19 방역대책을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위드코로나"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위드코로나의 정확한 뜻과 문제점, 다른 나라의 방역 정책 시행 상황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위드 코로나 뜻은?
위드 코로나는 "With Corona"를 한국어로 적은 말로, 직역하면 "코로나와 함께 지내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방역정책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총력을 기울이는데 중심을 뒀으며 이에 따라 많은 시민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죠. 판데믹 발생 2년이 가까워져 오는 지금, 이제는 이를 선회하여 어느 정도의 코로나 확산은 감수하면서 일상을 차차 회복해나가기 위한 방안 정도로 이해됩니다. 즉 지금과 같은 확진자 수 중심 방역정책이 아닌, 중환자 치료 및 사망자 수를 관리하는 지속가능한 방역 체계로의 전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3년 큰 피해를 일으켰던 사스(SARS)등과 달리, 단기간에 혹은 끝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더 이상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세계 보건기구(WHO) 또한 코로나19는 독감처럼 변이 해가며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고요.
모더나(Moderna)사의 최고경영자 스테판 방셀(Stéphane Bancel),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등을 포함한 여러 전문가 또한 우리가 코로나19와 함께 영원히 살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위드코로나는 사실상, 종식이 불가능함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즉 위드 코로나 단계로의 진입이 확진자의 급격한 감소나 마스크와의 작별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 많은 국가에서 이미 의무화를 풀고 있기는 합니다.
다른 국가들의 상황은?
언론에서는 위드코로나에 대해 보도할 때마다 항상 영국과 싱가포르를 비교군으로 들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권 나라 가운데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백신 2차(혹은 최종) 접종을 완료한 ‘완전 접종률’이 80%를 넘기면서 신규 확진자 억제보다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위드코로나'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여러 아이디어와 계획과는 다르게 실제 상황은 우리나라의 방역단계 조치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와 달리 싱가포르에선 실제로 제대로 된 위드코로나 조치를 시행한 적이 없다는 글도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싱가포르 보건부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다시 거리두기 제한을 강화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증환자 숫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라 하겠습니다.
7월 즈음부터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한 영국은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일찍이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또한 방역 완화 이전보다 확진자는 늘었지만 사망자는 크게 줄거나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감염이 돼도 위중증이 되거나 치명적 상황에 이르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며, 위드 코로나 정책의 의도대로 가고 있는 것이죠.
일본의 경우 10월 1일, 전국 19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에 발효 중이던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완전히 해제했으며 전국 8개 현에 적용 중이던 긴급사태보다 한 단계 낮은 방역 대책인 '만연 방지 등 중점 조치'도 전부 종료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긴급사태와 중점 조치 해제에 관해 "전 국민의 약 60%가 2회 접종을 마치는 단계"라면서 "음식점이나 행사는 단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최근 1주일 신규 확진자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같은 기간 한국 신규 확진자(1만 8천645명)의 71.5% 수준이라고 하네요.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방역 규제 완화 이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계속 위드 코로나 정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과 동시에 중증환자나 사망자 수는 이전보다 매우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즉 감염은 계속되고 있지만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들이 대다수라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이 된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위드 코로나'보단 '단계적 일상 회복'
현재 각종 뉴스 기사에서는 위드 코로나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방역당국에서는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 대신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포괄적인 의미를 담은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 자체가 자칫하면 방역적 긴장감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에요. 방역당국이 정의한 ‘단계적 일상 회복’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국민이 감내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환자가 적어서 통제 가능하며, 국민에게 질병 부담이 크지 않은 정도의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위드 코로나를 통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국민들에게 ‘코로나19가 위험하지 않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사용을 지양해야 하며, 독감처럼 관리된다고 해도 여전히 위험한 질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10월 6일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백브리핑에서 손영래 중앙사고 수습본부(중수본) 사회 전략 반장은 "'위드코로나'가 다소 포괄적인 용어이며 정확한 정의가 없어, 자칫하면 확진자 발생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없앤다는 표현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방역적 긴장감이 갑자기 낮아진다는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 점진적으로 나간다는 의미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이라는 용어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염병에 따라서는 큰 유행을 일으켰다가 사라지는 종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는 이미 그러한 병들과 공존 중입니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메르스 또한 중동지역에 아직 발생하고 있고요. 다만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큰 규모의 판데믹이다 보니 관리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언제까지고 코로나가 알아서 사라지길 기다리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 4단계 유지해나갈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판데믹이 긴 시간 이어져오고 있는 지금, 이와 같은 단계적 일상 복귀는 정말 필요합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도 없이, 국민적 합의 없이 청와대와 일부의 사람들이 모여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하는 방식이어선 안 되겠죠. ‘위드 코로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국민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전략적이고 전문적인 시각에서 투명하게 방역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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